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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상(受賞) 후보자 (上) -모지선의 ‘그림이 있는 수필

작성자
artimomo
작성일
2016-03-03 22:03
조회
375


이른 아침 산책길에서 아름다운 장끼가 바로 내 곁을 지나 강으로 날아갔다.

내 인기척에 깜짝 놀라 몇 걸음 종종이다 강으로 날아오르는 장끼. 화려한 줄무늬의 깃털을 펼치며 쭉 빠진 몸매로 땅 위를 일시에 솟아오르는 모습에 “아!”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시골에 살기에 아침마다 꿩 우는 소리에 잠이 깰 때도 있고, 논두렁 사이로 날아오르는 꿩의 모습은 자주 봐왔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 이었다.

아마 오늘 새벽은 안개가 심해서 장끼도 나를 못 본 모양이다. 그때 나는 늘 다니는 강가의 산책길에서 내가 읽던 책의 마지막 페이지 책장을 덮으며 일어나는 중이었다. 책 내용의 감동과 함께 ‘아! 아름답다’는 감정이 온 몸을 휘감았다.

새 중에서도 장끼의 모습은 언제 봐도 마치 물감으로 그린 그림 같다. 그 선명하고 화려한 색깔들이 한적하고 소박한 시골풍경과 대조를 이루며 나를 색다른 세계로 이끈다.

그 순간 오늘 새벽 일어나기 힘든 몸과 마음을 달래가며 이곳으로 걸어 나온 나 자신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거 봐. 일찍 일어나길 잘 했지’하고 나에게 칭찬의 말을 건넸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몹시 힘든 나는 ‘바보들은 결심만 한다’란 글귀를 수도 없이 되뇌며 이불을 박차고 나온 나에게 칭찬을 해주었다. 한 시간 가량의 산책으로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 나는 나에게 상(賞)을 주기로 했다. 집에 가서 ‘맛있는 토마토 주스를 갈아 줄께’, ‘그게 오늘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한 상이야’하고 콧노래를 부르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학교시절, 잘하는 것이 별로 없었다. 다만 특별히 좋아한 것이 있다면 방에서 뒹굴며 동화책을 읽거나, 부산이 고향인 나는 여름 방학 내내 피부가 흑인처럼 새까맣게 되도록 수영하면서 바다에서 놀았다. 푸른 파도에 몸을 누이고 하늘을 바라보며 하루종일 떠서 구름을 보며 듣는, 귓전에 스치는 “솨~아”하는 태초의 바람소리.

내 기억에 10월 초순까지도 해운대 바다에서 수영하다 경찰아저씨에게 잡혔던 기억들. 노래나 미술대회도 마지막 결선에서 몸이 아프거나 해서 실패한 기억밖에 나지가 않는다. 입학시험도 합격의 기억보다 실패의 기억이 더 많았고, 그림 작업을 하면서도 이렇다 할 큰 상을 받아보지 못했다. 열심히는 하지만 운이 없다고 해야 하나? 느리기도 하지만 늘 뒷북을 친다고나 할까?

남들이 다 알아듣는 것도? 한참을 지나야 “아!” 하고 깨닫기 시작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간혹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서 “외국에서 살다 왔는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는데, 아마 그건 말도 느리거니와 민첩한 한국 사람과 무언가 달라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유일하게 듣는 칭찬이라면 ‘순발력은 떨어지지만 그나마 지구력이 있다’는 얘기였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자포자기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하려 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여러 사람이 가는 길도 ‘그게 아니야 멀더라도 나 혼자라도 이 길로 가야 하는 거잖아’하면서 혼자서 걸어가는 그 외로움. 그래서 나는 단번에 지름길로 가지 못하고 길을 잃고 헤매기가 일쑤였다. 그 잘못 들어선 길에서의 황당함, 그리고 잦은 실수에 대한 자책.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서 다시 길을 찾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고, 새로운 길을 만들기도 하고, 왜 그 길로 가야만 하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나 자신을 생각하면서 다시 출발점부터 걸었다. 황당한 방황, 자책과 소외감의 길목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방법으로 생각한 것이 내가 나에게 칭찬과 상을 주기로 한 것이었다.

세상에서, 남에게서 받을 수가 없다면 내가 주겠다고….